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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음양의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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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강판권 교수
  • 19.02.07 09: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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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310



설은 만남의 기회다.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 명절에 만나는 것은 미풍양속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설 미풍양속을 계승하는 가장 큰 명분은 조상에 대한 제사다. 그러나 제사는 때론 미풍양속을 해치는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설 명절 때 ‘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설 명절 때 젊은이들 중에는 어른과의 만남을 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들에게 명절은 미풍양속이 아니라 마음의 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주 오랫동안 계승한 설 명절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아름다운 설 명절의 미풍양속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음양의 생태 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제사의 형식은 각 가정마다 특색이 있지만 공통점 중 하나는 대추와 밤을 올리는 것이다. 제사에 대추와 밤을 올리는 것은 대추는 자식을 많이 낳길 바라는 다산의 의미이고, 밤은 조상을 잊지 말라는 기원 때문이다. 붉은색의 대추 열매는 동쪽에, 껍질을 벗긴 흰색의 밤은 서쪽에 놓는다. 붉은 대추 열매를 동쪽에 놓는 것은 음양 사상에서 붉은색이 동쪽을 의미하고, 흰 밤을 서쪽에 놓는 것은 음양사상에서 흰색이 서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추와 밤에서 보듯이 제사의 원리 중 하나는 음양의 조화다. 음양사상은 우주의 원리를 음과 양의 속성으로 이해한 것이다. 음양사상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음양의 속성이 높낮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제사는 여전히 음양의 조화가 아니라 양의 음에 대한 차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 명절의 미풍양속이 위기를 맞은 이유 중 하나도 음양의 오해에서 기인한다. 설 명절이 미풍양속으로 남으려면 음양의 조화를 넘어‘음양의 생태’로 발전해야 한다.
음양의 생태는 음양의 평등성을 의미한다. 남과 여, 여와 남, 음과 양, 양과 음은 처음부터 평등한 관계다. 설 명절의 증후군은 곧 생태의식의 결여에서 출발한다. 설 명절을 음양의 생태에서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주체는 제사를 주관하는 당사자인 어른이다. 어른들이 설 명절의 제사를 단순히 조상에 대한 숭배라는 관점에서만 받아들이면 머지않아 설 명절의 미풍양속은 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어른들의 후손들이 설 명절의 제사를 계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제사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이 전통적인 제사를 강조하면 할수록 제사의 단절도 비례해서 심화할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설 명절에 대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시대는 변한다. 그래서 제사의 형식이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태초에 선례는 없었다. 선례는 창조하는 것이다. 이 시대는 제사에 대한 창조적인 선례가 필요하다. 생태의식은 제사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선례를 만드는 핵심 요소다. 제사에 대한 생태의식은 조상에 대한 가장 바람직한 존경이기도 하다. 제사에 대한 생태의식을 갖지 않으면 조상에 대한 존경은커녕 조상에 대한 가치마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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