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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그늘 아래서 꽃 꿈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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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규섭 시인
  • 19.04.12 09: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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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10

 

한발 늦었다. 꽃구름으로 핀 벚꽃을 기대했는데 꽃비가 되어 내린다. 지난 토요 진해의 벚꽃은 첫사랑처럼 황홀하게 왔다가 달달한 추억이 되어 진다. 아쉬움이 꽃잎처럼 흩날린다. 벚꽃이 진들 어떠랴. 여좌천 로망스 다리 포토 존엔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으로 별빛 축제가 열리는 명소다. 축제기간 동안 개방하는 해군사관학교 함정 앞은 인산인해다.
북원로터리 충무공동상 앞에서 묵념을 시작으로 꽃들의 향연을 찾아 나섰다. 거리엔 상춘 인파가 봄 햇살로 출렁인다. 벚꽃 가로수 이면도로에 길게 늘어선 관광버스는 진풍경이다. 공설운동장에서 군악의장 시범공연을 마친 대원들이 귀대하는 건널목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벚꽃처럼 해맑게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로터리와 관광명소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진해를 찾은 건 후배가 군목으로 재직할 때니 까마득하다. 전역 후 목회 활동을 하는 그에게 근무 연도를 물어 환산해 보니 30년 됐다. 후배의 배려로 해군통제부 안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별장(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65호)을 둘러본 기억이 뚜렷하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 통신대가 사용하던 건물을 개축하여 대통령 휴양처로 사용했다. 인상적인 것은 프란체스카 여사를 위한 양변기와 침실과 화장실 사이 커튼으로 가린 곳에 비상 탈출 지하통로다. 바닷가 쪽 육각형 정자는 갈대 지붕이 특이하다. 1949년 이승만 대통령과 장개석 총통이 태평양동맹결성을 위한 예비회담 개최를 필리핀 대통령에게 제의한 곳이다. 당시 목재 테이블과 의자가 보존돼 있다. 요즘은 지자체마다 봄꽃축제가 넘친다. 벚꽃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30, 40년 전만 해도 벚꽃놀이가 쉽지 않았다. 진해 벚꽃 나들이는 로망이었다. 진해군항제는 1952년 북원로터리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우고 해군기지사령부 주관으로 추모제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1963년부터 민관군 합동으로 군항제가 열렸다. 올해 57회 째로 오래된 축제다. 진해 일원의 벚꽃나무는 36만 그루로 상춘객을 유혹한다. 군항 안에 피어난 꽃은 바깥 것보다 더 실하고 아름답다. 지난해 인구 18만 명의 진해에 3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니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벚꽃의 나라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119만 명이다. 그 가운데 벚꽃관광객이 몰린 4월에 29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미(花見·벚꽃구경)’의 경제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벚꽃나무 아래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음식과 술, 대화를 나누는 일본식 벚꽃축제 문화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졌다는 분석이다.
진해의 관광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다. 올해 해양레저시설을 갖춘 해양공원에 1.2㎞ 국내 최장의 집트렉을 선보였다. 120m 높이의 솔라타워 전망대가 개장됐다. 국제모토보트 그랑프리대회도 열렸다. 보고 즐기는 벚꽃축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해수면환경생태공원만이라도 돗자리를 깔고 꽃그늘 아래서 꽃 꿈을 꿀 수 있게 휴식공간으로 차별화하면 어떨까. 사노라면 가끔 옛 정취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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