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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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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정운 스님
  • 19.05.21 09:2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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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96


어느 승려가 파릉(巴陵, 운문문언 제자)스님에게 물었다.
“조사선祖師禪[불교의 수행 경지]과 여래선如來禪은 같은 겁니까? 다른 겁니까?”
파릉스님은 구체적인 답은 하지 않고, 엉뚱한 말씀을 하셨다.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에 들어간다.”
추운 상황은 똑같지만, 추위를 피하는 수단[방법]에 있어서는 각기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동물들도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만이 살 수 있는 특별한 방법들이 있다. 곧 거북이는 최대한 머리를 몸 안으로 움츠려 위기를 모면하고, 원숭이들은 나무 위로 올라가 최대한 적과 거리를 둔다. 목적은 같지만, 다른 길[방법ㆍ방향]을 추구하고 있는 셈이다. 어느 누가 옳은 방법을 선택했는가? 어느 누구에게나 어떤 존재에게도 비난할 수 없다. 각 자신만의 길을 추구한 것이요, 자신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이든 친척ㆍ가족과의 관계에서든 가장 힘든 것은 인간관계이다. 관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서로 생각[→문화]이 달라서이다. 생각이 다르니 행동하는 것도 다르고, 말하는 것도 각자의 자기 방식대로이다. 승려인 필자가 가끔 신도들과도 의견 충돌이 있을 때가 있다. 아니 대화가 단절된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그 원인을 보면, 생각이 달라서인데 살아왔던, 살아가는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계율이나 불문율 등 여러 방향에서 생활이 많이 다르니, 재가 신자들과 다른 문화를 형성해 살아간다.
또 어디서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 있다면, 종교 문제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일어난 큰 전쟁에도 종교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근자에도 테러나 분쟁이 종종 일어나고 있는데, 거기에도 내부를 보면, 종교가 자리 잡고 있다. 서로의 종교적인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타인의 종교를 비방하고 그 종교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지탄하고, 살상을 서슴지 않는다. 실상이 이러한데, 이를 거스르는 뜻밖의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한국일보에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경상도 영천 은해사가 경북 경산의 작은 시골교회를 짓는데, 300만 원을 물질적으로 도와주었다. 이 교회는 유명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가 하양의 ‘무학로 교회’를 무료로 설계해 주었다. 실은 신도가 30여명뿐인지라 교회가 너무 가난해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겨우겨우 십시일반으로 교회를 완공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적인 도움을 준 사람들 명단을 보았더니, 뜻밖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경상도의 사찰 중 하나인 은해사가 교회 공사비를 보시한 것이다. 기자가 사찰에 전화를 걸어 ‘어떤 연유로 공사비를 보탰느냐?’고 묻자, 주지스님은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느냐”며 “근처에 어려운 교회가 있어 돈을 조금 보탰습니다. 나도 하느님께 복 한번 받아보려고 했습니다.”고 쿨 하게 답하더란다. 군자란 바로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솔직히 가족끼리도 종교가 다르면 서로 다투기 마련이요, 한 민족끼리도 으르렁거리고 싸우기 일쑤이다. 그런데 이제는 성숙해져야 하리라. 종교라는 이질적인 문화를 수용하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문화를 추구함에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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