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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팡이, 제3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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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규섭 시인
  • 20.02.07 11: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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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14

 


지팡이 하면 영국 신사가 떠오른다. 어린이가 공원 잔디밭에 날아간 모자를 바라보며 울고 있다. ‘잔디를 밟지 마시오’ 팻말을 보고 모자를 가지러 들어갈 수 없어서다. 이를 지켜보던 노신사가 지팡이로 모자를 꺼내 준다는 단순한 이야기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과서로 기억된다. 공중도덕 잘 지키는 사례로 교훈적 메시지가 담겼으나 지팡이로 꺼내 주는 노인의 배려가 뇌리에 더 각인된 것 같다.
한 때 KFC 가게 앞에는 흰색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단장(短杖)을 왼손에 걸친 할아버지 조형물도 창업 성공 신화만큼 멋져 보였다. 지팡이는 노년층에게 건강한 삶을 이끄는 ‘제3의 다리’구실을 한다. 예전엔 지팡이가 권위의 상징이나 호신용으로 이용됐으나 기능적, 실용적으로 바뀐 지 오래다.
정부는 해마다 노인의 날 기념으로 100세 이상 어르신에게 ‘청려장(靑黎杖)’을 선물한다. 청려장은 명아주의 대로 만든 지팡이로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실용적 지팡이와는
거리가 멀다. 왕이 장수한 노인에게 청려장을 하사했다는 기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아내가 척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간도 길었고 수술 후엔 복대를 차고 지냈다. 나이 탓에 회복이 느리고 걷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겁이 많은 데다 넘어질까 봐 엉거주춤 걷는다. 아내의 친구가 노인용 보행 보조기를 선물했으나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지팡이를 사주며 이용해 보라고 해도 창피하다며 꺼린다. 한 번 이용하면 계속 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신경 쓰인다는 게 이유다.
휠체어를 타던 50대 남성이 쌍지팡이를 짚고 근린공원을 걷는 이야기를 전해주며 권해도 막무가내다. 그 남자는 이른 아침 에어로빅에 참가할 정도로 건강했다. 언제부턴가 휠체어를 타고 근린공원에 나온다. 말이 어눌한 걸 보니 뇌졸중이라 유추하며 묻지는 않았다. 겨울철 접어들어 아침 운동을 피하고 햇살 두터운 오후에 나갔더니 쌍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힘겹게 걸어 언덕 위 운동기구 있는 곳까지 오는 게 아닌가. “꾸준히 운동하신 덕”이라고 덕담을 했더니 어깨를 으쓱한다. 지팡이에 의지한 재활의지가 대단하다.
아내의 고집을 꺾으려 수술을 한 병원 의사와 상담했다. “지팡이를 사용하면 똑바로 서는 것이 가능해지며 체중을 골고루 분산할 수 있어 척추 보호와 척주 변형 예방에 좋으니 짚고 외출하라”고 권한다. 근력을 키우기엔 나이도 있고 균형 감각이 떨어지기 마련이니 보행보조기 끌고 다니기보다는 지팡이가 덜 창피한 것 아니냐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다.
지팡이는 가볍고 곧은 알루미늄 재질이 좋다고 한다. 나이 들면 손아귀 힘이 약해 손잡이는 미끄러지지 않는 가죽이나 고무재질로 C자나 T자형이 편하다. 접착면은 고무재질로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어야 안전하다. 낙상 사고가 많은 겨울철, 눈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골절과 뇌진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기능을 고루 갖춘 지능형 전자 지팡이까지 나왔다니 이용하기 훨씬 편리해졌다. 지팡이는 노년층엔 안경과 같은 보조기구로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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